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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수필

가을을 앓는 자

by 후연 2019. 11. 10.



 

 

가을을 앓는 자 무죄  / 채정화 

 

 

마른꽃잎 같은 날들

 

또옥, 떨어지고

 

물속에 가라앉은
하얀 달 

둥글게 파문 짓는 물살

 

아득한 단애의 끝

간당거리는 *구름체꽃

 

서걱서걱 제 몸 부딪히며 

턱밑까지 차오르는 가을

 

호명하지 않은
아직은 낯선 날들이

두렵기도 해서

 

흑백 건반위 발을 올리고 

위태롭게 서 있는데

 

서풋서풋 멀어져가는 가을

이 땅위에

영원한 건 없다는 듯,

 

 

 

*산토끼풀과에 속한 두해살이 풀

솔체꽃으로도 불리는 청보랏빛 꽃

 

 

 

....손톱이 아프다 세상에 손톱이 다 아프냐

손톱을 깎다가 엄지 손톱이 썩은 초가지붕처럼

폭삭 내려앉는 걸 보았다

언젠가 현관문 틈에 끼어 심하게 다친 적이 있다

날짜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소리없이 웅크리고 있던 묵은 아픔이 절규한다

나 좀 봐달라고 너무 아파 견딜 수 없다고

손톱이 까맣게 죽어있는 게 흉해서

메니큐어를 벗어질 틈 없이 자꾸 바르고 또 발랐다

바짝 깎아버린 손톱이 삭발한 어린 여승의

숨죽여 우는 울음처럼 처연하고 끈질기게

통증을 호소 한다 아프냐 그래, 나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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