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앓는 자 무죄 / 채정화
마른꽃잎 같은 날들
또옥, 떨어지고
물속에 가라앉은
하얀 달
둥글게 파문 짓는 물살
아득한 단애의 끝
간당거리는 *구름체꽃
서걱서걱 제 몸 부딪히며
턱밑까지 차오르는 가을
호명하지 않은
아직은 낯선 날들이
두렵기도 해서
흑백 건반위 발을 올리고
위태롭게 서 있는데
서풋서풋 멀어져가는 가을
이 땅위에
영원한 건 없다는 듯,
*산토끼풀과에 속한 두해살이 풀
솔체꽃으로도 불리는 청보랏빛 꽃
....손톱이 아프다 세상에 손톱이 다 아프냐
손톱을 깎다가 엄지 손톱이 썩은 초가지붕처럼
폭삭 내려앉는 걸 보았다
언젠가 현관문 틈에 끼어 심하게 다친 적이 있다
날짜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소리없이 웅크리고 있던 묵은 아픔이 절규한다
나 좀 봐달라고 너무 아파 견딜 수 없다고
손톱이 까맣게 죽어있는 게 흉해서
메니큐어를 벗어질 틈 없이 자꾸 바르고 또 발랐다
바짝 깎아버린 손톱이 삭발한 어린 여승의
숨죽여 우는 울음처럼 처연하고 끈질기게
통증을 호소 한다 아프냐 그래, 나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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