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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책148

비    이준관 (1949~)  비는 아프다.맨땅에 떨어질 때가가장 아프다. 그렇다.맨땅에 풀이 돋는 것은떨어지는비를사뿐히 받아 주기 위해서다. 아픔에 떠는비의 등을 가만히받아 주기 위해서다. ...................................................................................................................................    추석에 삼복더위를 경험했다. 아무리 때 이른 추석이라고 해도 이건 정상이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다들 눈치챘다.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서 벌을 받는다는 생각, 지구가 화가 났다는 생각에 두렵다. 지구만 화가 났을까. 사람들의 마음 안에도 화가 가득하다. 사람의 바깥과 내.. 2024. 10. 1.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희덕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그 복숭아나무 곁으로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시집 『어두워진다는 것』 2001년......... 2024. 8. 26.
첫날처럼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8. 16.
강변북로 강변북로_강인한  내 가슴의 동쪽에서 서쪽으로달이 지나갔다.강물을 일으켜 붓을 세운저 달의 운필은 한 생을 적시고도 남으리. 이따금 새들이 떼 지어 강을 물고 날다가힘에 부치고 꽃노을에 눈이 부셔떨구고 갈 때가 많았다. 그리고 밤이면검은 강은 입을 다물고 흘렀다.강물이 달아나지 못하게밤새껏 가로등이 금빛 못을 총총히 박았는데 부하의 총에 죽은 깡마른 군인이, 일찍이이 강변에서 미소 지으며 쌍안경으로 쳐다보았느니색색의 비행운이 얼크러지는 고공의 에어쇼,강 하나를 정복하는 건 한 나라를 손에 쥐는 일. 그 더러운 허공을 아는지슬몃슬몃 소름을 털며 나는 새떼들. 나는 그 강을 데려와 베란다 의자에 앉히고술 한 잔 나누며상한 비늘을 털어주고 싶었다. ----------------------------------.. 2024. 8. 13.
고양이가 되는 꿈 고양이가 되는 꿈    서윤후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모든 사랑의 아른거림이사실 나는 좋아요헷갈림으로 서로의 뒷모습을 완성할 수도 있으니까 불러도 오지 않는 이름을 나눠 가졌다면다가갈 수밖에 없는 시간이 있고찾아갔을 때 사라지고 없더라도온종일 헤맬 수 있는 지도를 펼쳐 들고 너의 인기척과 안간힘에나는 잠깐 떠들썩해지는 고양이 나는 숨을 수도 없는 곳에서네 꼬리가 마음껏 휘젓고 다닌 나의 어둠이오늘 제일 맑고 화창했어요 유당 불내증은 우리가 벗어난 맨 처음의 하양웅크리며 생기는 모양을 좋아해동그라미 네모 세모를 모두 화해시키는우리의 조그마한 게으름을 나는 너의 가장 기다란 벤치딱딱하게 좁지만 네가 뛰쳐나가면 생겨나는둥근 모서리에 턱을 괴고 긴 낮잠을 자면 나는 그 꿈을 간지럽히는강아지풀 아니면 버들고양이.. 2024. 8. 11.
그녀 "> 2024. 7. 28.
윤재철의 「마음」 마음   윤재철(1953~ ) 사랑만한 수고로움이 어디 있으랴평생을 그리워만 하다지쳐 끝날지도 모르는 일 마음속 하늘치솟은 처마 끝눈썹 같은 낮달 하나 걸어두고하냥 그대로 끝날지도 모르는 일 미련하다수고롭구나푸른 가지 둥그렇게 감아올리며불타는 저 향나무....................................................................................................................................   ‘사랑’을 낭만의 범주에 놓던 날이 있었다. 사랑에 빠진 나를 사랑해서 사랑을 찾던 때. 조금은 어렸을 때. 아직 사랑에 베이지 않았을 때. 그때는 사랑 옆에 열정이나 설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랑도 사랑이지만, .. 2024. 7. 28.
꿈속의 해후 꿈속의 해후...문정희  어젯밤소나무 숲길에서 뵈어서이제 꽃바람 분다고보고 싶다는 말하지 않을게요 그 길 위에그대 흔적흐드러지게 뿌려놓아서문득 그리울 땐어젯밤처럼소나무 숲길 걸으면 되니까요 2024.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