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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책

by 후연 2024. 10. 1.

 

 

 

   이준관 (1949~)

 

 

비는 아프다.

맨땅에 떨어질 때가

가장 아프다.

 

그렇다.

맨땅에 풀이 돋는 것은

비를

사뿐히 받아 주기 위해서다.

 

아픔에 떠는

비의 등을 가만히

받아 주기 위해서다.

 

...................................................................................................................................

 

   추석에 삼복더위를 경험했다. 아무리 때 이른 추석이라고 해도 이건 정상이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다들 눈치챘다.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서 벌을 받는다는 생각, 지구가 화가 났다는 생각에 두렵다. 지구만 화가 났을까. 사람들의 마음 안에도 화가 가득하다. 사람의 바깥과 내면 모두 고열에 시달리는 시대인 셈이다.

   바람이 뜨거운 탓에 우리는 시원한 비를 떠올리게 된다. 당황스럽게 쏟아지는 비 말고, 우리를 혼내듯 왔다가는 비 말고, 아주 아름다운 비라면 더욱 좋겠다. 그래서 이준관 시인의 ‘비’를 소개한다. 비는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지니까 아프다고, 비가 덜 아프도록 풀이받아주는 거라고 시인은 말한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해석을 시를 통해 배우게 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맞다. 풀 위에 내리는 비가 가장 행복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이 맞다. 그것을 우리가, 우리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막아버렸다.

   뜨거운 날씨에도 나가 노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땀방울을 보면 미안하기 짝이 없다. 풀이 적은 세상을 살게 해서 미안하다. 풀 같은 어른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 이제라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

 

 

태풍 끄라톤이 다행히 중국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더군요 

그 영향권에 들었는지 비가 내렸습니다 

여즉 내리는 비를 보면서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질 때

아플 거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사정없이 내동댕이 쳐지면서 빗물

산산조각이 나는 걸 보면서도요

 

추석 연휴에 에어컨을 껴안고 살았더니 감기로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약한 몸은 감기가 최대한으로 머물 수 있는 

요람이라도 되는가 봅니다 창자가 끊어질 듯한 극한 기침으로 

몸 어딘가에 금가고 사정없이 깨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다시 약을 지어왔는데 

독한 것은 독한 것으로 겨룬다는 뜻인지 

이젠 약을 먹은 후 속이 아파옵니다 

 

건강한 사람들을 보면 이젠 부럽다는 마음이 듭니다 

이렇게 긴 시간을 살았으면서 

아직 살아서 꿈틀대는 욕심이 숨 쉬고 있는 걸까요

샅샅이 안과 밖을 뒤적이며 찾아 보면

나 역시 남이 부러워하는 한두 가지쯤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없을까요 네 그럴 것도 같네요 

뭐지 이 글은?????????

 

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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