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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by 후연 2020. 6. 18.

꽃 꿩의다리

 

 

야생화 이름이 신기하다

누가 이름을 지었을까

꽃 꿩의다리라니..

이맘때쯤 산에 가면 초여름의 향기 가득한 곳에

이름 모를 풀꽃들이 지천이겠다

잘 불리지 않던 독특한 각자의 이름들이 있겠지만,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풀잎들마저

연두와 초록으로 빛나는 풍경이 순간에 사라질까

나 비록 이렇게 살아도

이 계절이 난 너무 좋기 때문에,

누렇게 말라 버석거리는 겨울이 오면 어쩌나

그런 조바심이 든다

이별을 예감하며 살아가 듯

지레 불안으로 떨던 이상한 조바심

이젠 그럴 일도 없는데 말이지

떠날 사람도 만날 사람도 없는

쓸쓸한 빈터에서 가끔, 지나간 습관에 젖어

긴장으로 떨고 있는..

얘야 이젠 괜찮단다

내가 지금 당장 죽어도 누구도

가슴 아릴 사람 하나 없단다

그러니 괜한 사치스러운 감상에 빠지지 마렴

괜한 착각에도

부질없는 꿈도 꾸지 말고

너는 너의 삶을 살아

덤벙대지 말고 울지도 말고 니가 좋아하는

야생화나 만나면서

나도 그러고 싶네

 

 

 

야생화 / 박효신

 

 

 

겨울에 그린 연두
 
   한영수
 


입이 틀어 막히며 네 발이 들리며
거부를 거부하며
 
연두가 눈을 뜬다
 
경계에 경계 없이
중력에 중력 없이
어느 날은 제자리걸음
물끄러미 뒤도 쳐다보면서
연두는 연두를 경영한다
 
비탈이거나 웅덩이
병실에서 좌판에서
독방의 창가에서
겨울나무 끊어진 높이에서
 
한꺼번에 아름다워지지는 말자
밀리며 밀어붙인다
조금씩 살다보면
조금 더 살아진다
주름이 생기고 관절에 통증이 올 때까지
모든 하루를 지나갈 모양으로
 
돌풍인지 안개인지 작은 씨앗인지 모르는
연두의 영토
 
빛깔을 발음할 때마다
마른 가슴에 마실 물이 고인다




           ―계간 《문학인》 2024.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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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수 전북 남원 출생. 2010년 서정시학으로 등단시집 케냐의 장미』 『꽃의 좌표』 『눈송이에 방을 들였다』 『피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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