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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시 여름,

by 후연 2022. 7. 25.

 

 

 

오락가락 종잡을 수 없던 비 떠나고

하늘이 활짝 웃는다

기웃이 들여다보는 하늘이 모처럼 제 빛깔을 찾았다

꽃잎처럼 흩어져 있는 구름 송이송이 축하라도 하듯이

 

그래도 난 비가 좋은데 잡을 수 없었다

창문 바싹 다가 와 축축하지만 슬프지 않은 빗소리를

밤새 연주해줘서 꿈도 없는 다디단 잠을 잘 수도 있었는데

 

장마가 물러갔다는 앵커의 보도가 사실인 듯싶다

그 어디에도 웅크리고 있던 어둑한 구름 한 점 없이

그늘이라곤 없는 아이 얼굴처럼

투명하다 아 정말 좋구나

 

순하게 머물다 간 장마에 고맙다 안녕,

한 번 다녀가면 몇 날 기다려줬다가 뜨거워진 바닥을

빗물로 식혀주곤 했으니

보기드문 착한 장마라고 불러줄까

 

너무 멀리 가지 말고

폭염으로 지친 사람들 시원한 빗줄기로

가끔씩 다녀가 주렴

 

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으로 꽤 여러 날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냉방병 증상을 들으면 비슷하네

마그네슘 결핍 증상을 들으면 혹 그쪽인가?

뇌종양 증상엔 맞네 딱 나랑 판박이네 문득, 무서워진다

 

어디선가 못된 종양이 자라고 있나

애써 기른 머리 승려처럼 싸악 밀고

두개골을 가르고 수술이라도 한다면 어쩌지

 

호되게 넘어지면서 바닥에 찧은 무릎도 여러 날 낫지 않고

함께 바닥에 부딪혔던 앞니는 요행히 살아남았다

난 왜 이렇게 지지리 못났나

하는 짓도 어리버리 등신 같아 걸핏하면 넘어지고

 

여름이 예전엔 괜찮았는데

이젠 조금씩 아프게 느껴진다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감물처럼 너,

살아있다는 건 그리움을 앓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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