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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냥,

by 후연 2022. 8. 11.

 

 

 

뉴스 보며 깜짝 놀랐다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변을 당하고

도로가 자동차며 사람을 마구 삼키는 거대한 강이 되고

캄캄한 하늘에서 무섭게 쏟아지는 물폭탄을

빗소리가.. 어쩌고 할 때가 아니라는

한가한 소리 한 것이

갑작스럽게 끔찍한 일을 당한 이들에게

얼마나 미안해지는지..

 

나의 초라한 실체도 환히 보인다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는지 아이들도 외면하며 떠나버리고

폐지 한 묶음으로 버려진 듯한

잘난 체 떠들고 남을 비판하고

내 헐벗고 비루한 모습은 왜 그동안 보이지 않았을까

어미가 현명하고 지혜로워서 깊은 신앙으로

잘 이끌어 줬더라면 오늘의 이런 현실은

없었을까 밥을 먹어도 배가 고프고 잠을 자도 졸립고

하루가 전에 하루랑 결이 다르다

 

항생제를 이렇게 오래 먹어도 될까

가끔 오한과 메슥거림도 동반된다

끈질기게 낫지 않고 통증도 오래간다

심지어 옆집 개도 나에게 그렇게 독한 증오를 품고 살았다니

패혈증이란 무서운 병명까지 괴롭힌다

대체 나라는 인간은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이냐

이 정도라면 연구대상이 아닐까

 

오늘따라 내 존재가 참으로 하찮게 느껴진다

평소에도 자존감이 낮은 편인데

자존심은 좀 낮더라도 자존감은 평균은 유지해야 하는데

늙어도 품위 있게 늙어간다면 그 또한

큰 복일 텐데 자존감이 낮다는 건 더 초라해지는 일 아닌가

예전엔 울고 나면 말갛게 내면이 씻겨지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별 효과가 없다

 

갑작스럽게 자주 우는 것도 웃는 것도

늙어가는 사람들에겐 반갑지 않은 일이라는데

기대할 게 뭐 있을까 하면서도

이렇게 좋고 나쁘고에 대해 집착하게 된다

아마 이것이 내가 현재

누가 봐도 괜찮다 싶은 삶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증거?

 

가끔, 내가 낯설다

돌아서서 내가 말한 거 맞나? 갸웃하게 될 때

있다. 그러니 너무 오래 살겠다고

떼쓸 일이 아니라는 조금 아쉽다 싶을 때가

제일 적당한 때라고

우울해지는 건 싫다. 내가 원래 이랬었나?

이제 이런 낙서도 9월까지면 끝이다

티스토리로 옮기지 않으면 자동으로 모든 게시물이

사라진다니 그동안 가끔 푸념이나 하며

나를 사과처럼 깎아 먹다가 성에 안차면

비틀어 즙처럼 짜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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