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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책

바다 옆에 집을 짓고

by 후연 2024. 6. 15.

 

 

출처 : Teodora Vasilichi    Your Love - Lyrics - Ennio Morricone - Dulce Pontes

 

 

바다 옆에 집을 짓고

 

         한기팔(1937~2023)

 

 

바다 옆에

집을 짓고 살다 보니까

밤이면

파도소리슴새 울음소리 들으며

별빛 베고

섬 그늘 덮고 자느니

그리움이 병인 양 하여

잠 없는 밤

늙은 아내와

서로 기댈

따뜻한 등이 있어

서천에 기우는 등 시린 눈썹달이

시샘하며 엿보고 가네.

 

 

.....................................................................................................................................................

 

   한기팔 시인은 서귀포시 보목동에서 태어났다시인은 시 보목리(甫木里사람들에서 보오보오물오리 떼 사뿐히 내려앉은섶섬 그늘만조 때가 되거든 와서 보게라고 써서 고향의 풍광을 소개했고, “이 시대의 양심인 양아무 말이 필요치 않은사람들이라고 써서 고향 사람들의 인품을 칭송했다.

   파도 소리가 앞마당까지 철써덕철써덕 밀려오는 곳에 시인의 집이 있다먼바다와 섬과 수평선을 바라보며 산다시인은 아침을 나는 새처럼깨끗하게 살기 위하여라고 노래하기도 했는데그런 새의 울음소리가 밤에도 들려왔을 것이다바닷가에 살고 있으니 호젓하고 또 때로 적적하기도 했을 터이다그래도 아내에게 의지할 수 있다등을 비스듬히 댈 아내의 따뜻한 등이 있다시인이 햇빛 고운 날/ 목련꽃 그늘에목련꽃그늘에/너무  늙은 아내와 앉으니아내가 늙어서 예쁘다라고 노래한 그 아내가 옆에 있다서쪽 하늘에는 눈썹 모양의 달이 떴다깜깜한 공중에 홀로 있으니 기댈 데가 없어서 등이 시려 보인다시인은 파도처럼 뒤척이다 이내 잠잠하게 있는 수평선처럼 고요한 잠에 들었을 것이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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