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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책

종소리 안에 네가 서 있다

by 후연 2024. 6. 27.

 

출처 : 김경애. 풍순 

 

 

 

 

종소리 안에 네가 서 있다

 

   장옥관(1955~)

 

 

조약돌 주워 호수에

 

!

 

던졌더니

동그랗게 무늬가 생긴다

 

동그라미 안에 동그라미

끝도 없이 생긴다

 

종소리 같다

 

물무늬처럼 번지는 종소리

종소리처럼 번지는 내 마음

 

종소리 안에 온종일

네가 서 있다

 

..............................................................................................................................

 

   작고 동글동글한 돌을 주워서 호수에 던져보는 시인이 있다호수의 수면에는 물방울이 튀고 물무늬가 생겨난다동심원의 물결은 연달아 일어나고 차차 넓게 퍼져 간다시인은 파문(波紋)을 보면서 아득한 허공에 울려 퍼지는 은은한 종소리를 떠올린다물의 공간이 대기의 공간으로시각의 감각이 청각의 감각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대목이다그러면서 시인은 둥근 물무늬의 번짐과 종소리의 울림이 나의 마음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지금 누군가를 사랑하는그리워하는 나의 간절한 마음과 같다고 생각한다마음 그 중심에 사랑하는아름다운 사람을 모시고 있기에 나의 마음은 가라앉지 않고들뜨고두근거리고물결처럼 일렁거렸을 것이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든 사랑하는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호숫가를 걸으며연둣빛 새잎과 활짝 핀 꽃에서거울 앞에서약속의 정거장에서노래를 들으며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서곁과 맞은편 의자에서모든 감정의 표정에서.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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