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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조용한 수다

by 후연 2023. 6. 20.

 
 
 
사람들을 자주 만날 일은 없지만 
어쩌다 만나면 난 참 말이 많다 여럿이 모였을 땐
비교적 듣는 쪽이지만 마음 맞는 친구 앞에선 그렇다는 뜻
물론 들어주는 것도 열심이다 
늘 겪는 일이지만 수다의 끝엔 허무감만 남는다는 것
친구와 헤어지고 돌아설 때 휘몰아치는 공허감 그 외엔 없다
다음엔 말 수를 줄여야지  
다짐하지만 별반 달라지는 게 없다 
 
왜 말을 많이 하면 더 쓸쓸해지는 걸까 그렇다고 들어주는 친구가 
사람이 가볍거나 내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거나 그런 거도 아닌데
나를 드러내는 일에 있어 내 안에 거부감이 작용한다?
그보다 나 스스로 내 약점을 다 말하면 (사실 그 외엔 주제가 별로 없다)
자신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 남도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그래, 맞아 끄덕이면서 왜 내게는 적용이 안 되는 걸까
집안일을 하다가도 작은 실수를 반복하면
아유! 이 땡땡, 가차 없이 나를 향해  내가 호되게 가격한다
 
내 바보스러운 모습이 답답해서 사소한 실수부터
그로 인해 빚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이 늘 주제였으니까
그러고 보면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도 ㅇㅇ 하면 부정적인 모습으로
이미지가 굳혀져 있을 확률 높다. 내가 나를 망가진 이미지로 부각시켜서
가끔, 내가 조금 더 교회를 일찍 다녔다고 아는 척하거나
무의식 중에 약간 가르치는 자세? 그 비슷한 짓을 할 때 있는데 
그럴 땐 후회의 쓰나미가 몰려와 밥맛을 잃을 정도다
그 친구는 별 큰 반응이 없었지만 나중에 만나서 살짝 비치는 속내를 보면
썩 유쾌하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지난해 크게 다쳐서 허리뼈가 골절되는 바람에 
낙서? 독백.. 을 멈춘 채로 지냈다. 얼추 반년이 되어가도록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말 깊이 공감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실없게 끄적이는 수다가 
탈 많고 문제 많은 수다를 좀 줄여주거나 내용이 조금 수정이
된다면 이 또한 아주 부질없는 짓은 안 될 것으로 절실히 믿고 싶다
다만 간간히들 오셔서 구독, 해주시는 분들꼐는
이런 허접한 글은 읽지 않고 피하셔도 된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수다의 공간을 이곳으로 옮기면 조금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이 조금은 누그러진 거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아닌가 한다. 물론 지속이 중요하다 
뭐든지 단번에 고쳐지고 바뀌는 건 없으므로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난 언제나 내 생각대로 된 일이 기억엔 별로 없었다
아쉽게도 시행착오를 습관처럼 달고 다녔다
하지만 나를 조금씩 인정하고 신뢰하는 건 꼭 필요하다 여겨진다
이 글을 말로 떠든다면 얼마나 시끄러울까
 
아, 욕심은 어디에나 무엇에든지 존재한다. 현재진행형이다
사실, 우연히 들리게 된 브런치 스토리를 보며 정직한 글이면..
아, 어쩌면... 나도, 작가 도전을 했다가 낙방을 했는데
그 이후 알 수 없는 욕심.. 비슷한 것에 붙잡혀 조급했었다
올 초에는 누워서 움직이지 못할 때 난 해탈의 경지를
느끼며 인간이 가지는 오욕칠정을 다 버린 줄 착각해서 
누가 문병을 오면 혼자 거룩한 척했다 지금 생각해도 창피하다 

조금씩 몸을 일으키고 걸음마 연습하 듯 한 걸음씩 걸으며
난 다시 변덕스럽고 탐욕스러운 인간이 되어갔다 
치렁치렁한 머리를 흔들며 사이비교 하나 출몰했을 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간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라고 콕 집어서 말하긴 그렇지만 
원래의 소심함 작은 것에 만족하며 조금씩 밀었다 당겼다 
나와의 관계를 조율하며 조용한 수다를 떠는 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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