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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문4

당신이 슬플 때, 작은꽃 * 주2 : 작은꽃 ♬님 글 -<에세이21> 봄호- 당신이 슬플 때 지금은 어둔 밤입니다. 삼라만상이 잠든 밤에도 통증이 멈추지 않아 눕지도 앉지도 못하여 잠 못 이루는 밤은 얼마나 긴지요. 겨우 잠든 모습이 애잔하여 간호인에게 살짝 가겠다는 눈짓을 하고 돌아와 달빛 없는 이 밤에 그대.. 2019. 3. 16.
꽃 진 자리에 맴도는 향기 / 작은꽃 꽃 진 자리에 맴도는 향기 수도원 정원에는 성당을 사이에 두고 플루메리아(Plumeria) 꽃나무가 좌우로 한 그루씩 자리하고 있습니다. 분홍 꽃과 흰 꽃이 피는 잘 자란 나무는 때때로 수난을 겪기도 합니다. 갑작스레 꽃장식이 필요한 날이면 일 순위로 꺾이는 꽃이 안쓰럽기에 가끔 꽃과 화기를 챙겨 보따리를 싸기도 합니다. 훌라춤을 추는 하와이안 아가씨의 꽃목걸이 레이(lei)나 머리에 꽂기도 하는 꽃이 바로 플루메리아 꽃입니다. '알로하(Aloha)'라는 말과 하와이를 상징하는 플루메리아의 꽃말은 '축복받은 사람', '당신을 만나서 행운이야', '나를 찾아 주어서 고마워요'라는 말처럼 환영의 인사를 뜻합니다. 고아한 꽃잎도 기품 있지만, 은은하고 상큼한 향은 향수의 원료로 쓰이는 귀한 꽃입니다. 흔히 머.. 2019. 2. 27.
커피 향기처럼 책을 읽다 보면, 커피 향기처럼 그 향기가 그윽해서 오래 감동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때 있다 주저앉았던 마음이 불끈, 힘이 생기기도 하고.. 잠깐, 휴식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 난해하지 않고 어떤 미사여구도 없이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소소한 일상들을 편안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듯 잘 흡수되는 책, 마음이 잔잔한 물결처럼 노을이 곱게 내려앉은 해변으로 자리를 옮겨 앉듯 그러고 보면 작가와 독자 사이의 교감도 참 특별한 관계일 수도 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 할지라도 감동하며 읽어주는 독자가 없다면, 글은 써서 무엇하리 얼마나 황량할까 출근 버스나 전철에서 부딪히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 길을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보는 까만 하늘을 수놓고 있는 별, 마른 풀더미 속 보랏.. 2019. 1. 26.
희미하다는 거 이삭여뀌   희미하다는 거 / 채정화   희미하다는 건, 시원찮다는 뜻이다똑 부러지지 못하고 우유부단하다는 뜻도 되겠다경상도에선 그런 사람을 티미하다고 말한다매사에 여물지 못한 딸을 보며 종내 지 내장까지 흘리고 다닌다고엄마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하늘나라에서 여전히 걱정하시는 건 아닐지, 새 옷이라고 자랑삼아 입고 나타나면 빛바랜 헌 옷 같은 그걸 누가 새옷으로 보겠냐고 못마땅해하셨다지금도 나는, 이쪽도 그렇다고 저쪽도 아닌, 어정쩡한 색의 옷을 선호한다괜찮은 표현을 빌리자면 파스텔톤이라 하겠다 엄마의 예언은 거의 신통력에 가까웠다심히 걱정하신 일처럼 아직, 길에 내장을 흘린 적은 없지만,대신 정신을 한 움큼씩 줄줄 흘리고 다닌다 어느 땐 가족같이 지내던 지인을 전혀 낯선 사람처럼 물끄러미 바라.. 2018.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