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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수필

그대는 푸른 달빛으로 흐르고

by 후연 2018. 12. 12.

 

 

 

 

 

그대는 푸른 달빛으로 흐르고


우린, 참 닮았네
푸른 비단처럼 흐르는 그대의 빛과
눈부시게 희고 매끈한 맨살을
나는, 자주 뒤척이며 바람을 일으키고
그대는 제 살 깎아 빈틈없이 은빛 가루를 뿌려주니
어느새 우린 하나가 되어
가파른 언덕을 바람처럼 넘고 있네

 

 

마치 한 몸처럼 거친 시간을 쓸어내려  
소름 돋는 겨울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으니
지금이야 부드러운 솜털로 뿌려줘서
아, 저 맑은 달빛과 하얀 눈 덮인 숲 좀 보아, 환상이야!
감탄사 쏟아낼 수 있지만, 사실 생의 땟국이
군데군데 얼룩져있을 때에도
윤기나는 그대 몸 찢어 무시로 감싸주고 덮어 주었지

 


어둠이 가끔, 질식할 듯 덮쳐올 땐
까만 밤이 까무러칠 듯 두려웠지만
그대는 약속된 날짜엔 어김없이
나타나 거칠고 메마른 생을 빛나게 해줬어
검은 구름이 심술만 안 부린다면 말이지
어떤 만남이던 시련은 있는 법이니까

 

 

그대를 이렇게 가깝게 보다니.....
그대가 이렇게 둥글었구나
웃음도 눈물도 그저 둥글어서 부드러웠구나
이젠, 눈 감고도 그대를 그릴 수 있겠다
이대로 천 년이 흐르더라도
기억할 수 있겠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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