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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책

빗방울, 빗방울

by 후연 2023. 7. 24.

 

 

 

 

빗방울, 빗방울 _ 나희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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