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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책

어떤 일이 일어난 미래

by 후연 2023. 7. 22.

 
 
 
 
어떤 일이 일어난 미래
 
   조온윤


 계절이 사라졌다는 분기점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미래에 있었어
 계절이 있었다면 벌어졌을 황당한 일들을 생각하며

 서울 한복판이 물에 잠길 리가 없잖아
 숭례문이 불에 타 사라질 리가 없잖아

 비 젖은 상자 속에 담겨 있는
 작은 개를 줍는 미래와
 작은 개를 줍지 않는 미래로 갈라지는 시간 앞에서

 작은 개와 함께였다면, 나를 향해 전력으로 뛰어왔을
 텅 빈 골목을 바라보고 있었어

 반려의 존재들이 요정이라 불리는 미래에서는
 인간이 요정을 사랑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누군가 버려진 상자로 손을 뻗는 순간
 시간의 정수리에서는 또 다른 미래가 돋아나고
 두 삶은 아기일 적에 헤어진 쌍둥이처럼 제각각 살아가겠지

 나는 가끔 멍하니 생각에 잠겨
 빗물이 눈처럼 느리게 내리고 개에게는 날개가 달렸다는
 이상한 미래에 다녀오곤 해

 모르는 개가 나를 보며 꼬리를 흔드는 길거리에서
 숭례문이 불타고 때로 강물이 넘쳐흐르는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세계에서

 
           ―〈웹진_ 같이 가는 기분〉 202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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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온윤 /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햇볕 쬐기』, 문학동인 ‘공통점’으로 활동.
 
 
&..
 
불안한 미래에 대해 그 어떤 기대도 없다는 건
나만의 부정적인 생각일까
도무지 일어나서는 일어나서도 안 되는 사고가 일어나고
기후는 극단적으로 달려가 상상할 수 없는 재난으로 치닫게 한다
희생당한 분들 모두 소중하고 귀한 분들이지만
어린 군인의 희생은 기막히고 억장 무너진다 
그 엄마는 인생의 모든 것이기도 했던 아들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까
 
지구가 말기암에 걸렸다는 전문가들의 표현이
결코 과장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며 살고 있디
지구가 아프면 우리도 아프다. 함께 앓고 있는 거다 
기적 같은 하루를 살고 있는 거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들과 함께
 
 

고 채수근 상병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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