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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지치기

by 후연 2023. 6. 14.

 

 

 

난 최선을 다 했다지만

언제나 결과는 초라해 그래서

꿈속에 펼쳐지는 세상까지 그렇게 남루하기만 한가 봐

어디에도 수수한 꽃 한 송이 보이지 않고

낯선 이들만 예서 제서 모여들어

누구도 내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 간간

누군가의 아들과 딸들 난 항상 혼자야

 

작정한 듯 나는 지독하게 현실적이 되어갔어

상품이 맘에 안 들면 가차 없이 반품하는 건 기본이고

따스한 감성이 비누거품처럼 내 곁에서 사라져 갔어

웬만한 글을 읽어도 감흥이 없었고

그래서 일기 같은 거 하나도 끄적이지 않았어

꼭 그러자고 다짐한 건 없어도 무심히 그냥 단절이 되어버리더라

 

그러고 보니 아,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지다 보면..

몸도 뻣뻣하고 돌처럼 굳어 볼품없어지는구나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절망스럽기도 했지

바위처럼 둥글어지고 뭉툭해지는 몸을 보며

아하, 나는 이제 여자가 아닌 거네 바위를

닮으며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네  혼자 씁쓸하게 웃어

 

생각을 그렇게 자꾸 몰아가면

욕심도 없어지고 집착도 없어진다고 하는 건 맞지 않아

불편하고 자연스럽지 않아서 자주 밤을 하얗게 새우곤 하는 걸 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지지 않을뿐더러

자신이 점점 소멸되어 가며 떨어뜨리는 부스러기들에

자주 눈이 매워 울곤 하거든

 

내가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

잠시 별처럼 빛나던 순간이 내게도 있었노라고 

지금은 쓴 약 같은 순간을 희석시키느라 

순간을 스쳐간 박하향 같은 지난날을 되새김질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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