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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음악 세상

마중 ---케이시 (초콜릿 ost)

by 후연 2019. 2. 3.

 

 

간간 드라마를 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힐링 같기도 하고

끝나고 난 후 박하향처럼 입안에 가득 퍼지는 향기 같아

지독하게 외로워 자신이 점점 차가운 얼음으로 변해가는 이강,과

어릴 때 버려진 기억과 백화점 붕괴 사고 때 매몰되었다가

어떤 친절한 아줌마로부터 죽음의 문턱에서

건네받은 초콜릿을 먹으며 구조를 기다리다 극적으로 살아난 차영

 

어릴 때 이강이 만들어준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던 계집아이가

훗날 아름다운 셰프 차영이가 되어 이강 앞에 나타난 것이다

 

작가와 감독의 의도는 변방에서 천천히 기울어지다 기적처럼 기억이 닿는 쪽을 택했던지

아님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소설을 함 써 봐라 이런 배짱이었는지

그 의도를 다 읽을 수 없었는데 두 주인공의 방송분량이 너무 인색해서 화가 날 정도였는데

지나고 보니까 묘하게 깊은 여운으로 자리를 잡는다 아쉬움이 아닌,

충분한 여백의 미를 느끼며 마치 한자, 한자 문장을 더듬어 내려오며 한 권의 책을 읽은 듯

그 천천히 나가던 진도까지도 물결처럼 흐르는 음원으로 메워지고

이렇게 특별한 드라마는 처음이다

 

그 무엇보다 이강의 고집스럽도록 깔끔한 맞춤식 심장에 단 하나의 어릴 때 첫사랑을 담아둘

한 자리만 준비해놓고 기다려왔다는 일이 신선하면서 눈물겹고

차영이 역시 어린 차영일 즐겁게 먹여주던 꼬마셰프 이강, 그 하나만 기다려 왔다는 것이 감동이다

이미 이강인줄 알았지만 스스로 상대가 다가오기까지 침묵으로 속 마음을 숨겨 온

낯설고 차가운 이강 앞에서 견뎌온 차영이의 깊은 속내도 빛난다

 

차가운 껍질을 한 겹 벗어버린 이강의 순수하고 깊은 사랑이 쏟아진다

초콜릿을 전해주고 죽어간 사람이

이강의 친모임을 알고난 후 잠깐 자리를 피해 폭풍오열을 끝내고 아무 일도 없는 듯

돌아와 아픔과 외로움에 지친 차영을 따듯이 안아주는 모습도 근사했다

하긴 극중 차영이 같은 사랑스러운 여자라면 생각할 여지도 없을 듯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외롭고 지친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차영의 이쁜 바램도,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이 가장 이쁘고 사랑스럽다.

지금껏 드라마를 보고 이렇게 긴 넋두리도 처음이다.

아, 참 배경이 호스피스 병동이라 더 잔잔한 감동이 찐한 거 같다.

준비된 죽음에 대한 조금은 여유있는 이별과 살아있는 자의 몫으로 남는 그리움마져

곱게 채색할 수 있는 곳, 모두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로 남겼다

 

 

사진작품 / 강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