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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수필

싱싱한 하루

by 후연 2018.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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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싱한 하루


싱싱한 하루가 배달되었다
투명한 햇살이 내장을 관통하고
어둑한 곳에 숨겨진 내용물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성급하게 삼킨 시간의 흔적들이
소화되지 않은 채 날 것 그대로 누워있다
아가미의 호흡이 오늘따라 불규칙하다
하루가 조금씩 해체되는 동안
사위는 더 고요해진다
푸른 바다를 마음껏 유영하던
지느러미는 최초의 기억에 머물러 있다
물의 기억은 죽지 않는다
가슴을 가로지른 것도 물이었고
갈빗대 사이 춤추며 흐르던 것도 물이었다
출렁거리며 물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

첨벙, 시끄러운 밤이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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