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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한번도 나를, 내 곁에 하나님이 계신다는 이 하나로 충분히 감사하고 감격한다 힘을 잃고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시는 나의 하나님 내가 곁길로 가 하나님 찾는 시간이 없을 그때도 하나님은 내 곁을 떠나지 않으셨다 지나온 모든 세월을 돌아보아도 그 어느 것 하나 주의 손길 안 미친 곳 하나 없었다 세상을 방황하며 헤매어도 위로받을 곳 그 어디에도 없었다 더욱 공허하고 텅 빈 외로움에 평안을 잃었다 나 이제 비로소 자유하다 세상에 기대할 것도 욕심부릴 것도 없다 나는 완전하지 않아 또 다시 어리석음을 반복할 지라도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품어주시고 위로해 주시리 2023. 7. 29.
나, 나, / 채정화 여직 낯선 내가 이렇게 많은 걸 보면, 샅샅이 나를 다 여행하지 못했다 이리저리 흔들리다 덜컹거리며 멈추는 곳마다 자못 처음보는 풍경이어서 어제의 그 자리가 아닌 듯해서 순간 아득해진다 한 뼘씩 늘려가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돌아도 줄지 않는 나, 라는 땅 골치 아픈 땅 분양이라도 해볼까 대문짝만하게 현수막이라도 내걸어 볼까 듬성듬성 박힌 자갈을 골라내고 촘촘한 가시넝쿨만 걷어내도 제법 쓸만한 땅이라고 투자자 모아볼까 도무지, 나도 모르는 낯선 땅덩어리라니, 소문난 길치인 나는 걸핏하면 길을 잃고 망연히 서 있기 일쑤다 2023. 7. 28.
원고지의 힘 원고지를 놓고 막상 책상에 앉고 보니 무엇을 쓸 것인가 그대에게 못 다한 진정의 편지를 쓸까 하늘에게 사죄의 말씀을 쓸까 달리의 늘어진 시간에게 안부나 물을까 막상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밤 지난 여름 내게만 사납게 들이치던 장대비가 원고지 칸과 칸 사이를 적시고 목적지도 없는 폭풍의 기차가 지나간다 기차가 끌고 가는 기-인 강물 위 빠져 죽어도 좋을 만큼 깊고 푸른 달이 반짝 말라비틀어져 비로소 더욱 눈부신 은사시나무 잎이 떨어진다 지난 과오가 떠오르지 않아 얼굴 붉히는 밤 수천마리 피라미 떼가 송곳처럼 머릿속을 쑤신다 눈에 보이지 않아 더 그리운 것들 원고지를 앞에 놓고 보면 분명 내 것이었으나 내 것이 아니었던 그 전부가 그립다 - 원고지의 힘 / 고영 2023. 7. 26.
빗방울, 빗방울 빗방울, 빗방울 _ 나희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2023. 7. 24.
어떤 일이 일어난 미래 어떤 일이 일어난 미래 조온윤 계절이 사라졌다는 분기점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미래에 있었어 계절이 있었다면 벌어졌을 황당한 일들을 생각하며 서울 한복판이 물에 잠길 리가 없잖아 숭례문이 불에 타 사라질 리가 없잖아 비 젖은 상자 속에 담겨 있는 작은 개를 줍는 미래와 작은 개를 줍지 않는 미래로 갈라지는 시간 앞에서 작은 개와 함께였다면, 나를 향해 전력으로 뛰어왔을 텅 빈 골목을 바라보고 있었어 반려의 존재들이 요정이라 불리는 미래에서는 인간이 요정을 사랑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누군가 버려진 상자로 손을 뻗는 순간 시간의 정수리에서는 또 다른 미래가 돋아나고 두 삶은 아기일 적에 헤어진 쌍둥이처럼 제각각 살아가겠지 나는 가끔 멍하니 생각에 잠겨 빗물이 눈처럼 느리게 내리고 개에게는 날개가 달렸다는 이상한.. 2023. 7. 22.
여름밤 여름밤 강소천 (1915~1963) 하늘의 별들이 죄다 잠을 깬 밤. 별인 양 땅 위에선 반딧불들이 술래잡기를 했다. 멍석 핀 마당에 앉아 동네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빗자루를 둘러메고 반딧불을 쫓아가면, 반딧불은 언제나 훨훨 날아 외양간 지붕을 넘어가곤 하였다. 반딧불이 사라진 외양간 지붕엔 하얀 박꽃이 피어 있었다. ............................................................................................................... 어린이날은 단 하루뿐이지만 사실 어린이의 모든 나날은 전부 어린이날이다. 그들은 날마다 행복하게 웃고 떠들고, 씩씩하게 뛰어놀고, 안전하게 오고 가야 한다. 어른이 지켜야 할 것에는 국방이.. 2023. 7. 19.
능소화 편지 . 크기 2.91MB . 2023. 7. 18.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는 저녁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는 저녁 문 신 (1973~)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는 저녁이다 공단 지대를 경유해 온 시내버스 천장에서 눈시울빛 전등이 켜지는 저녁이다 손바닥마다 어스름으로 물든 사람들의 고개가 비스듬해지는 저녁이다 다시,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는 저녁이다 저녁에 듣는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는 착하게 살기에는 너무 피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문득 하나씩의 빈 정류장이 되어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시내버스 뒤쪽으로 꾸역꾸역 밀려드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을 저녁이라고 부른 들 죄가 될 리 없는 저녁이다 누가 아파도 단단히 아플 것만 같은 저녁을 보라 저녁에 아픈 사람이 되기로 작정하기 좋은 저녁이다 ​ 시내버스 어딘가에서 훅, 울음이 터진 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저녁이다 ​ 이 버스.. 2023. 7. 12.
별이 되었으면 해 / 영상 ssun님, 크기 2.65MB . 2023.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