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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수필

그립고, 그립다

by 후연 2018. 11. 16.

 

 

 

 

 

 

 

 

 

그립고, 그립다  / 채정화

 

 

 

손 내밀면 닿을 듯
지척인듯 싶은데
닿을 듯 닿지 않아요

밤은, 조용히 무너져요
잇몸으로도 으깨지는 삶은 감자 같아요

억지로 꾸미지도
가감加減하지도 않게 만들어요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백의 마음이어요

 
꿈과 현실의 경계도 지워지고
사박사박 외로움이 지나는 소리뿐이어요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고

달뜬 표정 하나이어요

오직 그 하나뿐이어요

 

푸른 날개로 새벽을 입으면

둥실 떠오르던

하나의 기억 안에 살아요

오늘도, 나는 

 

 
 

우리 모두는 슬프다

빗물처럼 흠뻑 젖어든 슬픔에 겨워

빗소리로 운다

크고 작은 이유들을 빗방울처럼 매단 채

파르르 떨며 슬픔을 흩뿌리며 산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아니, 기억 밖으로 밀어내며 살았던

기막힌 가족사 어린 것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겪어야 했던

이별, 그 등뒤에서 숨죽여 울음을 삼키다'결국 터져나온

큰 아이의 절규, 난 다시 잠을 반납하고

그래, 우린 다 아프고 힘들어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다 그래..위로도 동의도 아닌 웅얼거림이..

그러면서 밤이 다시 길게 늘어나고 있었다

이건 아닌 거 같아 하는 녀석의 슬픈 목소리

눈에 밟히는 자식이 보고 싶다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녀석의 짓이겨진 풀물 같은 소리가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 지난 후에도

쓰...이명과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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