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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는 거 아프다는 건 아프다는 건, 자신의 몸을 너무 과신하지 말라는 경고다 내가 살아있다는 강한 확신이다 아픔을 통해 건강의 소중함을 배우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은연중 절제를 익히는 일이다 질긴 생의 역사를 안과 밖으로 만나는 것이다 단단한 돌덩이 같은 몸일지라도 금이가고 쉽게 깨.. 2018. 12. 12.
그대에게 가는 길 그대에게 가는 길 모래바람 자욱 할 땐 하늘도 보이지 않았어요 모래도 밥이 되나요…. 허기질 땐 밥처럼 모래를 삼켜요 파도를 닮은 물소리가 나죠 처음엔 외로움인 줄 알았어요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이 눈물에 뿌리를 묻으며 성큼성큼 걷네요 언제쯤 다다를 수 있나요 얼마를 더 가면 참.. 2018. 12. 12.
그대는 푸른 달빛으로 흐르고 그대는 푸른 달빛으로 흐르고 우린, 참 닮았네 푸른 비단처럼 흐르는 그대의 빛과 눈부시게 희고 매끈한 맨살을 나는, 자주 뒤척이며 바람을 일으키고 그대는 제 살 깎아 빈틈없이 은빛 가루를 뿌려주니 어느새 우린 하나가 되어 가파른 언덕을 바람처럼 넘고 있네 마치 한 몸처럼 거친 시간을 쓸어내려 소름 돋는 겨울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으니 지금이야 부드러운 솜털로 뿌려줘서 아, 저 맑은 달빛과 하얀 눈 덮인 숲 좀 보아, 환상이야! 감탄사 쏟아낼 수 있지만, 사실 생의 땟국이 군데군데 얼룩져있을 때에도 윤기나는 그대 몸 찢어 무시로 감싸주고 덮어 주었지 어둠이 가끔, 질식할 듯 덮쳐올 땐 까만 밤이 까무러칠 듯 두려웠지만 그대는 약속된 날짜엔 어김없이 나타나 거칠고 메마른 생을 빛나게 해줬어 검은 구름이 심술.. 2018. 12. 12.
눈물 눈물 전 생을 비틀어 짜도 한 방울 흘릴 습기조차 없는데 솜털 보송한 영혼을 조용히 밀치고 들어와 앉는 맑은 영혼의 선물, 세상에서 이보다 더 절실한 언어가 있을까 지난한 생의 어지러운 발자욱 아래 그 어디에 몸을 숨겨 왔기에 이리도 투명하고 곱게 흐르는가 꼭이 슬픔의 전령사가.. 2018. 12. 12.
오월의 노래 오월의 노래 의식은 매 순간 깨어있어 분분한 꽃잎으로 배회했지요 살아 이룰 수 없는 꿈 가뭇없이 이어지다 불꽃으로 사라져도 투명한 물방울 구르는 듯 오월의 표정은 점점 향기로워집니다 한 방울씩 고이는 언어의 알갱이는 어쩌면 그리도 쉽게 부서지고 적막한 어둠을 불러다 앉히.. 2018. 12. 12.
싱싱한 하루 p> 싱싱한 하루 싱싱한 하루가 배달되었다 투명한 햇살이 내장을 관통하고 어둑한 곳에 숨겨진 내용물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성급하게 삼킨 시간의 흔적들이 소화되지 않은 채 날 것 그대로 누워있다 아가미의 호흡이 오늘따라 불규칙하다 하루가 조금씩 해체되는 동안 사위는 더 고.. 2018. 12. 12.
쟈스민 茶를 마시며 쟈스민 茶를 마시며 / 채정화 살아간다는 건, 한 몸이면서 걸핏하면 안과 바깥의 불일치 마음이란, 쉽게 금가는 유리 같아서 매양 깨진 조각을 퍼즐 맞추듯 맞추는 일 이어붙인 흉터마다 햇살이 금가루를 뿌리고* 번역된 시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 그렇게, 존재의 의미를 생각함에 눈물.. 2018. 12. 12.
Love Theme - Andre Gagnon 2018. 11. 27.
물이 체하다 물이, 체하다 / 채정화 시원스레 솔질 하고 구석구석 각진 모서리, 박박문질러 욕실 청소중이다 물 세례 한바탕 개운한 마무리를 앞두고 덜컥, 체한 배수구 어떤 고집이 목젖을 누르고 있기에 우르르 달려 나가던 물들이 와락, 뒷걸음 치며 수런거리는가 앙금이 고이고 고여 누구도 관심.. 2018. 11. 24.